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조문영 엮음 / 21세기 북스
내가 청소년이었던 시절, 나는 사회적 약자에 관한 관심이 많았다. 티비에서 나오는 아프리카 빈곤문제, 아동 결식. 고등학생 때는 특히 여성 청소년, 복지시설 아동에 관심이 쏠렸다.
그래서 막연히 청소년 관련 직종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고등학교 3학년, 입시가 끝난 후 유튜브를 뒤적거리다 한 영상을 봤다.
성착취 피해 아동 청소년 '오늘'전 전시회에 관한 영상이었다. 나는 그때의 분노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누군가 분노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했던 것 같은데 틀린 말 하나 없다.
그 영상 하나로 온몸에 피 끓는 분노를 느꼈고 사회가 의존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 부끄러움을 안겨주었다.
이 책은 대학생들이 10명의 반빈곤 사회운동가를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담고 있다. 나처럼 현 사회의 빈곤 문제보다는 티비 광고로 아프리카나 해외 빈곤 문제를 더 많이 봐온 사람들이 현 우리 사회 빈곤문제를 위해 힘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큰 메리트였다.
현재 대학에서 청소년에 대해 공부하는 나는 청소년 활동할 참가할 기회가 자주 있는 편이다. 작년 19년도에는 도시재생사업을 청소년에게 알리는 활동을 진행했다. 일은 간단했다. 부스에 앉아 청소년들에게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기념품을 나눠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 책을 읽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밀어내고 몰아내는 일을 사전 조사도 없이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말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수치심+자기반성이었다. 용산참사 사건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여기 사람 있다.'
사실이라고 믿기지 않는 책 속 내용에 시간을 작년 그 순간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우리는 흔히 '자립'이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능력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자립을 위한 의존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이다. 우리는 결코 혼자 세상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자립이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겠다는 의지라면, 주어진 조건과 환경 속에서 자립을 위해 어떤 의존이 필요한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조문영 엮음_P.266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자기가 밥솥으로 밥 지어먹고 빨래해서 옷 입고 스스로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 가난도 마찬가지이다. 자립 전 의존이 필요하다. 아직 의존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 이제 네가 혼자 돈 벌고 밥 먹고 살아.'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고 살았다.
내가 처음 복지시설아동에게 관심을 가진 것도 '나이가 찼으니 이제 네가 알아서 사회에서 살아.'라고 하는 사회의 무심함에 눈물이 나서 그랬던 건데. 사실상 나도 부모님 지원 없이 혼자 못 산다. 살 수는 있어도 죽지 못해 살 것 같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빈곤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은데 내가 나와 너무 분리한 채로 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빈곤을 무작정 돕자라기 보다는 나와 분리된 멀고 먼 이야기로 보지 말자. 소통하자. 생각보다 멀지 않은 이야기다. 가 내가 이해한 이 책의 내용이다. :)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는 많은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는 무엇인지, 그러기 위해서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었다. 절때 쉽지 않은 내용 빈곤...
오늘 밤은 이 생각하느라 잠 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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